실수로 냉장고 문을 닫지 않고 출근했다가 냉장고에 성에가 잔뜩 낀 채로 산 지 거의 1년이 된 것 같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도 없고, 냉동실에 넣어둔 음식에도 영향이 가는 게 너무 속상해서 성에를 제거해야지, 제거해야지 하고 생각은 끝없이 했단 말이지. 게을러도 너무 게을러서 지금까지 생각만 했지만..
(먹는 얼음을 사뒀는데 시간이 지나니 자기들끼리 꽁꽁 얼어버려서 버린 얼음 덩어리, 냉동 튀김 봉지 속에 생긴 얼음들...)
테트리스하듯 쌓아둔 냉동실 안의 냉동밥 용기가 냉동실 문을 열자마자 굴러떨어져 부서진 이후, 정말! 이대로는! 안된다 는! 생각이 내 안에 자리잡았고, 제거 전 미리 인터넷으로 여러가지 성에제거 팁을 검색해서 사전지식을 쌓은 뒤...(폐기물 처리 등의 문제를 하루에 다 해결하기 위해) 12월 13일 일요일에 드디어! 큰 맘 먹고 성에 제거를 하기로 결심했다.
정리 전 냉동실. 아이스팩에 식용얼음에 냉동밥에 1년넘게 먹지도 않고 방치한 냉동식품까지...
버려야 할 것들이 아주 산처럼 쌓여있다. 거기다 표면의 저 징글징글한 성에들까지.
바라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지만 짜증이 나도 어쩌겠어. 내가 저지른 것들인데...^_T
그러니 냉장고는 직냉식 말고 간냉식을 삽시다. 적어도 냉동실 표면이 저세상으로 얼진 않을거에요.
버릴 건 버리고 남길 건 남겨야 했기에, 버릴 것들은 버릴 것대로 따로 분리하고, 버리지 않고 먹을 것들은 먹을 것대로 분류하고 나니 냉동실 표면의 성에가 더 도드라져 보인다. 중간의 선반도 같이 얼어버려서는 빠지지도 않아.....
냉동실 안에 있던 아이스팩을 알비백 아래부분에 깔아둔 뒤 계속 먹을 것들만 따로 분류해서 차곡차곡 쌓았다. 남들 같으면 하루이틀만에 사라질 하겐다즈 파인트일텐데 몇달째 냉동실에서 얼어있었네...(블로그에 글을 쓰는 오늘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중)
이건 내 잘못일까 내 전 세입자로부터 이어진 업보일까...
무의식적으로 가스켓 아래부분을 본 내 잘못이라고 치자....ㅠㅠㅠㅠㅠ
(환기를 자주 시키지 못하더라도 제습기를 꾸준하게 돌리고 있기 때문에 습기가 많은 환경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일단 발견한 오염을 세정용 티슈로 닦아줬다. 마음 같아선 가스켓을 떼고 샤워기 좀 맞게 해주고 싶었지만 다시 붙이다가 가스켓 찢어지면 안되잖아. 그럴수도 있으니까.
가스켓은 세정용 티슈로 닦아준뒤 물티슈와 키친타월로 한번 더 닦아줬다.
이제 본격적으로 성에를 녹여보기로 한다.
성에 제거 후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내 자취방 냉장고엔 성에 제거 기능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안 하고, 전원을 뺀 뒤 내부에 열기를 가해서 녹였다.
그치만 냉장실에 음식이 많이 있었어서 성에제거 기능을 쓰기도 영 뭐하고. 냉장고 전원을 내린 후라도 냉장실 문을 열지 않으면 내부 냉기가 어느정도는 보전이 되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전원을 빼고 성에를 제거한거도 그렇게까지 나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냉장고 전원 내린 후에 냉장고 문을 열지 않으면 냉기 보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건... 알고 싶지 않았지만 ㅋㅋㅋ 태풍때문에 알게 되었다. 매미 네녀석....)
여러 블로그들을 돌아보니 직냉식 냉장고일 경우 공통적으로 '열기' 로 성에를 녹인 뒤 떼내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그나마 제품 자체에 영향을 제일 적게 줄 것 같았던 뜨거운 물을 사용하기로 했고, 포트도 없고 정수기 온수기능도 영 별로였기에 냄비에 끓인 물을 사용했다. 더 많은 컵에 물을 담아서 쓰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나는 머그컵 2개로도 충분했던 것 같다. 1번 온수 리필은 했지만.
뜨거운 물을 담아둔 머그컵을 냉동칸에 넣어둔 뒤, 다른 자잘한 일들을 했다. 2~30분도 안되어 아래쪽 부분의 성에 겉면이 녹아 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녹았으면 뭐하겠어 떼어내야지.
평평한 스크래퍼가 있음 좋았겠지만 그런 스크래퍼는 가지고 있지 않았어서 집에 있는 연장을 썼다. 물론 아주아주 조심해서, 사알짝 떼어낸다는 느낌으로. 칼 같은거 함부로 쓰다간 냉장고에 상처날수도 있고, 상처나면 고장나니까...
표면을 얼리던 기운은 사라졌고 뜨뜻한 머그컵에서 나오는 온기 덕에 우악스럽게 떼어내지 않아도, 아주 약간의 힘만 주었을 뿐인데 아주 깔끔하게 성에 덩어리들이 냉동실 표면과 분리되었다. 이게 사는 재미같았다. 하다보니 조금 재밌게 느껴지던데..?
시간이 지나니 머그컵의 온기도 예전만 못해서 물을 다시 끓였다. 다시 끓인 물을 넣고 끓인 물은 선반 위에 올려두었다. 온기를 더 가까이에서 쏴주면 위쪽의 두꺼운 성에도 빨리 빠지겠지? 싶어서 그렇게 해봤는데 그게 정답이었다. 이미 어느정도 온기가 돌아서 녹은 성에가 더 빨리 녹는게 눈에 보였다. (냉동실 표면과 그렇게 붙어있던 애가 점점 냉동실 표면과 거리두기를 하는 게 보인다)
떼어내니 성에가 통째로 떨어졌다. 위 사진에 올린 길쭉한 성에덩어리가 위쪽에 붙어있던 성에다.
그리고 이 성에들이 정말 이상했던게, 분명 얼음인데 만져보면 흐물흐물하다.
이전 살던 집의 간냉식 냉장고는 하냉동 방식이었는데 냉동실 제일 아랫부분에 물이 고여 얼어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그 얼음을 떼서 버리는게 내 일과 중 하나였다. 그 얼음은 보통 얼음처럼 단단하게 얼어있었어서 이상한 촉감을 느낄 일이 없었는데, 이 성에는 정말 촉감이 이상해서 소름이 돋았어..
이 성에들을 욕실에 놔두고 샤워기로 물을 쏴 보니 흐물흐물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도 같았던게, 냉동실 표면에 냉기를 분출할수 있게 놔둬진 선? 같은 것들의 흔적이 보여졌다. 녹이면 녹일수록 모기약마냥 둥그런 선들이 드러나서는...
성에도 다 꺼냈겠다, 이제 냉동실 선반과 표면을 한번 닦아주기로 했다.
선반은 별도로 꺼내서 씻어주기로 하고, 냉동실 내부는 베이킹소다 워터 세정제를 뿌린 뒤 행주로 문질러줬다.
또 혹시나 내가 쓴 세제 때문에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봐 사전에 인터넷 검색도 수없이 했고.
다행히도 갖고 있던 베이킹소다 세정제에 냉장고 청소도 가능하다고 적혀있길래 별도로 다른 제품을 살 필요없이 기존에 쓰던걸로 청소할 수 있었다.
선반도 마찬가지로 베이킹소다 워터 세정제를 뿌린 뒤 수세미로 문질러 닦아주고, 샤워기로 샤워 한번 시켜준 뒤 키친타월로 닦았다. (마음 같아선 햇볕 아래 말려주고 쓰고 싶지만 그럴만한 공간이 없어...)
열심히 닦아준 뒤의 모습. 표면이 매우 매끄러워지니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것 같다.
깔끔해졌어! 좋아!!
선반도 다시 설치해줬다. 정말..속이..다..시원하군요...
청소는 끝났지만 여기서 바로 음식물을 넣을 순 없었기에 다시 냉동실 문을 닫은 뒤 전원을 꽂아줬다.
2~30분이 경과한 뒤 다시 냉동실 문을 열었고, 먹어서 치워야 할, 살아남은 음식들을 넣어줬다.
이렇게 살면서 처음 해 본 성에 제거가 끝났다. 웬만하면 다음에 성에제거를 할 일이 없도록 냉장고 관리를 잘 해줘야지...
이 블로그를 쓰는 12월 25일, 오늘도 냉동실은 성에가 두껍게 끼지 않은 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
교훈 : 평소에 문을 잘 닫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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